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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천사

오늘의 문화가 평화의 담론을 나눈다면



“폭력과 충돌은 강하고 단호하지만, 어떤 문제의 지속적인 해결책은 가져올 수 없습니다. 진실은 유유한 파도와 같아서 과정은 더디지만 궁극에는 최선의 승리를 안겨줄 것입니다.”

4월 15일. 미국의 50번째 주인 하와이 호노룰루에서 ‘달라이라마(14대 달라이라마 텐진갸초, 76)의 날’을 선포했다. 이날 달라이라마는 ‘오늘날 토착민 정서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하와이 특유의 알로하 정신을 독려했다.

“다문화의 조화를 차별화된 문화로 승화시킨 하와이 원주민들의 삶은 진화된 인간상의 성공적인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차별 없이 지닌 원주민 특유의 해맑은 미소가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알로하(aloha)!

달콤한 사탕수수와 파인애플 그리고 커피의 나라 하와이의 느긋함이 녹아든 사랑 그리고 안녕의 인사말이다.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하와이 원주민들에게 구름은 400가지의 의미로 정의된다. 알레스카 에스키모들에게 흰색이 100가지로 구분되는 원리와 같다. 바라보는 하나의 대상을 하나로 고정해 정의내리지 않는 것은 무상(無常)의 진리를 현실에서 구현한 불교의 구법행과 다르지 않다. 열린 마음과 소통이 정서에 어우러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유목민이 지녀온 고유의 평화적 정서와 불법에 기인한 자비와 비폭력 정신이 하와이 원주민들과 흡사하다고 말한다. 바다를 통해 전승돼 온 하와이인들 나름의 토착 문화는 오늘날 시스템화 된 사회에서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느낌표로 다가온다.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일상의 지식으로 패턴화 돼 있기에 변화에 불안해하는 우리들에게 그토록 바라는 낙원의 이상향으로 하와이가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국적, 피부색, 인종 그리고 종교를 초월한 어울림으로 진화한 하와이 토착민의 인간애는 21세기 인류가 지향해야할 방향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2012년 들어서 가시화된 대중문화의 현상에 주목한다. 바로 ‘다문화’와 ‘사회적 기업’이 그것이다. 하와이인들에게 깃든 평화의 알로하 정신이 또 다른 형태의 무경계와 화합 그리고 소통의 시도로 그 가지를 뻗어 우리 생활 전반을 주도하는 필요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한계성이 드러나고 유럽 연합이 금융 위기에 처하면서 소통의 또 다른 형태로서 착한 소비와 이타주의 경제학이 관심의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가난한 이들을 대상으로 그라민은행을 창업해 사회적 기업의 표본을 보여준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박사가 세계은행의 총재로 임명될 것에 주목하는 것과도 상통된다.

한국 역시도 더 이상 단일민족이 될 수 없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이유와 원인을 떠나 한국 내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종, 민족, 국가 간의 이해와 관용, 우의 증진을 위한 인권 인식 프로그램이 그 어느 때 보다 시급히 요구되는 때이기도 하다.

한편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는 다문화의 난제를 드러낸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 이민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인 목사에 의해 설립된 학교에서 수학했으나 부적응자로 사고를 일삼던 40대 한인 남성이 같은 학교 동료를 대상으로 총격을 가한 것이다. 이날 사건으로 간호학을 전공중인 티베트인 여성을 포함한 7명이 사망했으며, 아메리칸 드림의 어두운 현실을 여과 없이 드러내 안타까움을 전했다.

티베트 난민들은 거대한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있다. 위장 결혼, 여권 위조, 브로커를 사주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국의 시민권을 받고자 한다. 친인척 가운데 외국에 거주하는 이들이 있다면 인도에서의 난민 생활을 꾸려 나가기가 더욱 수월한 이유다.

반면 유학이나 이민 등으로 미국에 정착했으나 다시 인도 망명정부로 되돌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대부분 간호원 또는 미국 정부 지원 하에 진행되는 인턴쉽 과정에 참여한 망명정부 관료들이다. 큰 세상을 보고 느낀 바를 망명정부에 기여하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되돌아오는 바람직한 경우다. 여담이지만 티베트 망명정부 관료 가운데는 연수 기간 동안 미국연방부의 CIA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한다고 한다.

“인생의 성공이 지식의 훈련으로 평가된 결과에 치우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기쁨과 행복은 건강한 정신에 근본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나는 6세에 달라이라마가 받아야 할 교육을 시작했지만 13세가 될 때까지 형식적인 공부에 큰 흥미가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어서야 지식의 습득과 교육은 마음의 평화를 양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하듯이 삶의 절대적 중심으로 지식이 강요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항시 경계를 허물어 통섭을 지향해온 달라이라마는 믿음과 실제의 대립을 완화하는데 앞장서며 최선을 다하는 모범을 보여 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존템플턴(John Templeton)재단은 지난 3월 29일, 보편적 윤리와 비폭력 그리고 세계 종교 간의 조화를 위해 적극 노력해온 달라이라마에게 2012년도 템플턴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시상식은 110만 파운드(한화 약 20억 원)의 상금과 함께 5월 14일 런던의 세인트 폴 성당에서 거행된다. 템플턴상은 미국의 사업가이자 투자가인 미국 태생의 영국인 존 템플턴이 1972년에 제정한 종교계의 노벨상이다.

달라이라마는 불교와 과학의 교류를 연구코자 1980년대 미국에 마음과생명(mind and life)연구소를 설립에 동공 참여하며 운영해 왔다. 동시에 남인도 세라 그리고 대붕사원에서 학승들과 각 분야 학자들이 만나 과학불교 토론 수업을 진행해 왔다. 전 세계의 유능한 과학자를 비롯해 정신 분석학자들과 교류하며 천체 물리학, 양자 역학, 신경 생물학, 신경 과학, 심리학, 의학 등의 영역을 명상 그리고 불교학과 접목해온 달라이라마는 다양한 분야의 학제적 담론과 불교를 화합해 인류의 활로를 모색하고자 열중했다.

이런 보람된 소식이 보도되는 와중에 티베트에서는 2008년 수도 라싸에서의 민중 봉기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시위가 일어났다. 종교의 자유와 달라이라마 귀환을 요구하며 가시화된 이번 시위에 6000명 이상의 티베트인이 참여한 것으로 보도 됐다. 급기야 인도로 번질까 우려했던 티베트인의 소신공양이 델리에서 실제로 발생해 더욱 큰 충격을 전했다. 지난 3월 26일 인도 델리에서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무력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구호로 가두시위를 벌이던 티베트 청년 잠뻴 예시(Jampal Yeshi, 26)가 분신 시도 후에 바로 병원에 이송 됐으나 결국 사망하고 만 것이다. 그의 시신은 중앙티베트행정부의 청년의회에서 수습해 다람살라에서 장례식을 거행했다.

한국서 개최된 제 2차 핵안보정상회의(3월 26~27일) 이후 중국 국가 주석 후진타오가 인도 대통령 압둘 칼람과 양국 관계 증진 방안을 협상키 위해 방문을 계획 중인 것이 현지에 보도 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으며 발생한 비운이었다. 4월까지 티베트인 소신공양은 33명에 이르는 것으로 휴먼라이트와치를 포함한 외신은 전하고 있다.

“발심한 연민만이 우리를 평화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문화가 평화를 논하고자 한다면, 과연 어디서부터 그 싹을 틔울 수 있을까. 달라이라마의 오랜 벗임과 동시에 연설에서 영웅으로 자주 묘사되어 온 아일랜드의 리차드 무어가 떠올랐다. 1972년 1월 당시 열 살이었던 리차드 무어는 아일랜드의 비극으로 상징되는 피의 일요일 시위 도중 영국군 진압대가 쏜 고무 총알에 두 눈을 잃었다.

“연민과 같은 궁극적인 정신적 가치는 종교적인 신념을 바탕에 두지 않습니다. 보편적인 가치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나의 벗 리차드 무어는 당시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거울을 마주하듯 연민으로 돌리면서 미움을 우정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오늘날 무력은 절대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피의 역사인 20세기는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화와 이해 그리고 소통만이 진정한 지구의 평화를 가능케 합니다.”

달라이라마가 세계의 평화를 염원함과 동시에 짙게 염려하는 바가 하나 있다. 바로 티베트인의 민주주의적 자립이다. 인도에 망명한 지난 53년은 자기 나라를 잃은 티베트 난민의 비극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시간이었다. 반면 긍정적인 발전도 있었다. 티베트인들의 눈이 보다 넓게 전 세계의 영역으로 확대된 것이 그러하다.

33인을 넘어선 티베트인들의 소신공양 사태에 대해서 달라이라마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평소 달라이라마의 연설에 비추어 보건데 이러한 행태의 시위는 달라이라마가 바라는 해결 방식이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외교부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의 배후 조종자로 달라이라마를 지목하고 있다.

이에 대만에 본부를 둔 티베트인 후원 단체(Tibetan Support Group)는 근 시일 내에 달라이라마를 초청해 티베트와 중국의 민주화와 관련한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외신을 통해 보도했다. 크로스해협 인권포럼(Cross-strait Human rights forum)으로 개최될 이번 행사의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 기간 동안 티베트에 번지고 있는 소신공양 사태를 중제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했다. 달라이라마는 대만의 민주주의 성과를 본받아 중국의 민주화를 촉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을 보인 바 있다.

오늘은 다문화의 시대다.

중국은 티베트자치구에 중국어를 모국어화 하는 강압적 교육 정책을 쓰고 있다. 인도 다람살라 소재 중앙티베트행정부로 귀화하는 티베트 어린이들 대부분이 중국어에 유창한 반면 티베트어 구사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라면 머지않아 티베트어는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다. 다람살라 중앙티베트행정부는 티베트인이 중국 정부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다만 중국 정부의 억압 정책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해 티베트인의 주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촉구하고 있다.

omflower@dalailama.kr
가교, www.gagy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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