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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천사

믿음 안에서 행복한 당신을 위하여

석천사 2013.11.18 13:49 조회 수 : 62738

달라이라마, 종교와 윤리를 논하다

어느 날 14대 달라이라마(뗀진갸초, 77)께서 물었다.

“종교가 당신의 윤리적인 실천 행을 좌우한다고 보는가?”

자리에 함께 한 많은 청중들은 종교를 통해 본인이 좀 더 윤리적으로 행동해 왔고 또한 행동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달라이라마는, “종교가 없더라도 우리는 윤리적으로 충분히 행동할 수 있다”고 말씀을 이었다. 하루를 여는 아침에 일어나 대중과 교감하는 사회로 나가면서 그 누구도 “기필코 오늘은 악하고 부정한 짓을 해서 타인에게 헤를 입히겠다”라며 다짐하는 이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종교를 통해 지난 과오를 참회하고 보다 선한 삶으로 재도약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윤리적인 행동의 강령으로 종교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보였다. 종교가 있거나 비종교인이거나 윤리적인 부분은 상통하는 것이 인간의 바른 정의인 것이다.

다람살라는 몬순의 절정을 나고 있다. 하루 동안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의 계절들 모두를 본다. 때문에 외출 시에는 비가 오지 않더라도 우산과 얇은 가디건을 준비해야 한다. 멕레오드간지(Mcleodganje)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안개가 피고 진다. 남걀사원 경내 코라를 돌다 잠시 눈을 돌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병풍을 드리운 호텔과 상점들을 보고 있자니 성스러움을 갈구하는 세간 사람들의 간절함이 역으로 드러난 형상이다.

달라이라마는 지난 8월 14일 라다크 일대에서 2주간의 법회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람살라로 돌아왔다. 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 주에 위치한 라다크(Ladak)와 스리나가르(Srinagar) 지역에는 많은 무슬림 티베트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들 1세대는 티베트 본토에서 네팔을 거쳐 인도로 망명해 라다크에 정착했고 촉림사는 그들의 거대 정착촌 가운데 한 곳이다. 지난해 촉림사에 거대한 홍수 피해를 입었을 당시 한국의 많은 불자 분들이 복구후원의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던 곳이다.

“내 삶이 나의 믿음을 흔들지라도 자책하거나 괴로워 말라. 발원컨대 그 믿음 안에서 행복을 구하라.”

티베트 인들은 뼛속까지 불교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필요에 의해 많은 티베트인들이 무슬림으로 또는 기독교로 전향했다. 그들이 평생의 염원이던 달라이라마를 친견했던 당시에 흘렸던 눈물의 참회가 그들의 지난 삶을 반조시키고 있었다. 그들이 왜 무슬림 그리고 기독교인으로 개종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난민으로 정착해 살아가야 하는 삶이 처한 환경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오늘은 저희가 무슬림이지만 다음 생에는 불교도로 생을 영위하게 해달라고 알라에게 기도합니다.”

그러자 달라이라마는 환한 미소로 답했다. “아버지가 믿어온 종교를 아들이 따라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대물림입니다. 이는 가족과 사회로 확대돼 한 민족의 정체성으로 연결이 됩니다. 생계를 유지키 위한 불가결한 선택으로 종교가 관여를 하게 됐다면 당신은 큰 갈등을 겪는 것이 당연합니다. 괴로운 감정을 갖는 것이 도리입니다. 그러나 정진하십시오. 그 믿음 안에서 행복을 구한다면 당신과 나는 다르지 않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때문일까. 달라이라마는 항상 전 세계에 흩어진 티베트 민족을 위해 기도한다. 그들이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나름의 삶을 순조롭게 영위하기를 항시 바란다.

때로는 신앙의 무지스러움이 대의와 역행하는 본의 아닌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이러한 사태가 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폭풍이 티베트인들에게 끼칠까 조심스레 염려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이곳 미얀마의 불교도와 무슬림간의 갈등에 달라이라마까지 억지스럽게 관여돼 있는 형국이다.

미얀마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은 135개에 달한다. 70%가 버마족이며 많은 티베트인들 역시 무슬림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이 되는 소수민족 로힝야족(Rohingya)은 대부분 방글라데시에서 밀입국한 무슬림 난민들로 미얀마 정부는 이들을 국민으로 포섭하지 않았다. 급기야 로힝야족 일부는 북인도 아삼(assam) 일대로 밀입국했고, 뭄바이(mumbai)와 남인도 문곳(mundgod) 등지에서 불교도들과 크고 작은 갈등을 빚고 있다.

24년 만에 가택연금에서 풀려 자유를 되찾은 아웅산 수치(67) 여사를 통해 미얀마의 민주화를 기대하고 있는 요즘. 미국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65)이 미얀마를 방문해 수치 여사와 회동을 갖기도 했고, 유럽 순방 중에는 런던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자격으로 달라이라마와 만남을 갖었다.

이러한 여러 정황 속에서 혹자는 미얀마 군부 정권의 반 민주주의·반 미 군중 심리를 유도하는 것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한 편에서는 90%가 불교도인 미얀마에서 4%에 달하는 무슬림이 유혈 충돌을 자행하는 것은 내부 분열을 조장해 주권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6월 이후 미얀마 서부지역에는 계엄령이 선포되기에 이르렀고 500여명에 달하는 로힝야족이 보트를 통해 벵골만을 건너 방글라데시 난민 입국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불허됐다.

결국 무슬림들이 분노 했다. 그들은 심지어 21세기 붓다 그리고 대승불교의 상징인 달라이라마의 이미지를 삽입한 포스터를 만들어 ‘미얀마로 돌아가라’며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에 전단을 뿌리듯 퍼트렸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0년도 중국 칭하이(靑海)성 위수(玉樹) 대지진 당시 사망자들의 시신을 화장하는 것을 돕던 티베트 승려들의 모습이 촬영돼 언론에 보도된 것을 두고, 미얀마 승려들이 무슬림을 살해한 현장을 증명한 것이라며 사실을 왜곡 조장하는 억지까지 부리고 있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티베트 중앙행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8월 16일, 달라이라마는 아삼 등지에서 벌어진 무슬림과 불교도 사태에 유감을 표했다.

“종교는 화합의 이름으로 정의돼야 합니다. 조화는 모든 종교가 추구해야할 가치입니다. 우리는 비폭력으로 답하며 유지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을 쉽게 접하는 인도 내 티베트 젊은이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8월 초에는 남인도 티베트불교 사원군인 대붕과 간덴이 자리한 문곳에서 무슬림에 의해 티베트 승려가 구타를 당했고, 물과 며칠 후에는 뭄바이에서 티베트 청년이 살해를 당했다. 불교도들이 무슬림을 살해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 해당 무슬림 피의자의 명목이었다.

티베트인들이 염려하는 바는 다름 아닌 9월부터 시작되는 스웨터 장사였다. 몬순이 어느 정도 끝나 가면 티베트 2세대들은 인도 전역으로 스웨터를 팔기위해 떠난다. 일교차에 민감한 인도인들의 소구를 겨냥해 티베트인 마켓을 열어 한 철 장사를 하고 한 해 생활이 가능할 만큼의 목돈을 번다. 더욱이 대부분의 상점은 무슬림 밀집 지역에 문을 열기 때문에 이번 미얀마 불교도와 무슬림의 충돌이 인도로 확대된 것은 지극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달라이라마는 항시 종교 간의 대화와 평화를 강조해 왔다. 불교도의 얼굴은 관용을 머금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도에 망명해 지난 53년간 세 들어 사는 장기 투숙 손님으로 지내오면서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인내 그리고 자비였다고 항시 회자한다. 티베트인들이 염원해 오던 “우리는 곧 티베트 본토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는 희망이 어느덧 물거품이 되고 많은 젊은이들은 기회를 찾아 외국으로 나갈 기회만을 꿈꾼다. 미얀마 내부 무슬림과 불교 간의 오해와 소수민족간의 다툼 그리고 독재와 민주주의간의 갈등, 그 사이에서 티베트인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티베트 본토에서는 현재까지 49명에 달하는 티베트 승려가 소신공양으로서 티베트의 독립과 달라이라마의 귀환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과 근접한 암도 지역에서 대부분 벌어지는 사건이다. 안타까운 분신의 릴레이가 끝을 보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티베트 중앙행정부에서는 그들을 추모하고 부디 이러한 사태가 신속히 종식되기를 바라며 ‘진실의 불꽃’ 릴레이를 시작했다. 북쪽의 라다크(Ladakh), 북동쪽의 실롱(Shillong), 남쪽의 고아(Goa)에 자리한 티베트 거주 지역에서 시작된 불꽃의 성화가 인도 전역 티베트 난민 거주 지역으로 올해 12월까지 전달된다. 또한 유럽 전역에서도 이와 같은 취지의 횃불 릴레이를 펼친다.

남걀사원 법당 앞 나무 의자에 앉아 염주를 굴린다. 안개가 법당 마당 안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한 쪽에서는 어른 키 높이만한 나무 판을 깔고 그 위에 온 몸을 낮춰 부처님 전에 발원을 올리는 티베트 스님들이 보인다. 맨발의 시크교 가족들이 법당 안을 둘러 보며 정중한 제세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9월이 오면 다람살라 법회가 시작된다. 동남아시아 불자들의 요청으로 작년에 이어 샨티데바(적천보살)의 <입보리행론>이 열릴 예정이다. 이미 다람살라 일대에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온 불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거리에는 붓다를 찬탄하고 경배하는 기도의 진언들이 굽이굽이 마다 멈추지 않고 흐른다.

omflower@dalailam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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