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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천사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주어진 삶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살아있는 모든 존재 가운데 인간으로 태어나 삶에 관한 진실을 구하고자할 때 14대 달라이라마(텐진갸초, 76)는 단호히 말한다. “어머니와 아기의 모습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가족을 향한 어머니의 조건 없는 헌신적 사랑, 탄생하는 모든 것의 근원인 비옥한 대지와 같이 무량한 마음을 내는 것. 그것을 일컬어 불교에서는 자비심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현 인류에 편재된 분노의 충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티베트의 인권을 유린하는 중국, 시리아의 내전, 에티오피아의 가뭄, 불공정한 국제무역협약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한국의 풀뿌리 축산농가 그 어느 곳에도 마음을 낸 어머니의 형상은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절대 강자여야 할 미국의 넘쳐나는 실업 문제는 극명히 대변하고 있었다. 인류는 돌이키기 힘든 불균형의 회오리 속에 잠겨 있다는 것을. 과연 행복은 이미 그 중심점을 잃은 것인가.

그 원인에 대해 달라이라마는 말한다. “인간을 둘러싼 현안으로 남은 문제들은 급속도로 지능화된 인간의 두뇌가 양상해내는 불균형의 산물들의 옳지 못한 사용으로 인한 재난입니다.” 그렇다. 이것은 철저한 인재다. 사랑과 자비심을 잃고 욕망만을 쫒아가던 반쪽짜리 진보가 불러온 인과법인 것이다.

최근 인권과 관련해 한국의 뉴스를 뜨겁게 달군 ‘탈북자 북송’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욕망으로 인한 또 다른 형태의 인재를 보았다. 국제 사회에서의 한국의 수준과 국민성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왜 중국은 한국 정부에 탈북자의 북한 송환을 요구하는 것인가. 뿐만 아니라 한국이 나포한 중국 선원들과 탈북자를 교환하자고 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어떠한 이유와 근거로 남한과 북한의 문제에 중국은 깊이 관여하고 있는가.

급기야 지난 2월 10일에 한국의 국회는 보강된 난민법을 의결해 공포했다. 제정 이유인 즉, 1992년 12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이래 ‘출입국관리법’에서 난민에 관한 인정 절차를 규율하고 있었으나 선진국에 비해 난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제 난민법은 자신의 자유가 위험에 처하게 될 나라로 강제로 돌려보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부끄럽게도 한국은 2000년도까지 국제 난민을 단 한명도 인정하지 않아 왔다. 난민을 인정하는 절차에 있어서도 신속성과 투명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면서, 난민의 지위와 권리 보장에 대한 처우가 불공정했음을 인정했다. 케이팝(K-POP) 열풍으로 해외에 껍데기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모습을 보며 속빈 강정이 따로 없다고 여겨오던 차에 들려온 실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국제 사회에 한국인의 명함을 당당히 보일 수 있는 인권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그 무거운 첫 발을 딛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아 반가웠다.

이러한 탈북 난민의 행로와 여론몰이를 지켜보면서 동시에 티베트 난민의 현재를 비춰 보았다. 티베트망명정부가 수립된 인도 중앙티베트행정부(CTA)의 상황은 어떠한가. 인도에 거주하는 티베트인 십만 명 가운데 대다수의 청년들이 해외로 나아가길 희망하고 있다. 심지어 그들은 인도 여권을 불법으로 제작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도 한다.

그러나 티베트 젊은이들 사이에 관행처럼 시도되는 방법이 바로 ‘난민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류 열풍을 따라 수많은 티베트 청년들이 한국 문화를 동경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우리나라처럼 난민을 예우하지 않는 국가에는 단순 여행으로 방문하는 것조차도 그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를 위시하여 스위스와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티베트 난민을 위한 체계적인 정책이 마련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불법 체류를 포함해 거주하는 티베트인은 20여명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파악은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 티베트인의 해외 체류는, 1970년대 14대 달라이라마가 국제 사회에 티베트인의 수용을 호소한 이후 합법적으로 활성화 되었다. 그러나 모든 법에는 틈새가 있고 이를 악용하는 이들 또한 있는 것이 또 다른 의미의 법이다. 브로커를 사주해 거짓 서류를 만들어 해당 국가의 비자를 받기 위한 인터뷰를 하고 비자를 받아 인도를 출국한 이후 입국에 성공하면 난민 신청을 하고 일정 기간 후 시민권을 받는 방식이다. 이미 대다수의 티베트 난민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세계 곳곳에 정착했고 승려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도에 거주하는 티베트인들이 난민법을 활용에 제 3국으로 들어가는데 브로커에게 지불해야하는 금액은 한화 2천만 원(인도의 8랙, 800,000Rs)을 넘는다. 현 중앙티베트행정부의 총리 롭상상게(43) 박사의 한 달 월급이 한화 30만 원 정도다. 티베트 어린이를 위한 12학년제 교육기관인 TCV(Tibetan Children Village)학교의 교사가 받는 한 달 월급 역시도 한화 20만 원 정도에 불과함을 볼 때 브로커에게 지급되는 사례비는 티베트 난민들에게 엄청난 금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인도 밖 해외로 나가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음은 결국 나와 삶의 문제 그리고 최선을 위한 서두로 동기화 된다.

3월 10일 티베트 민중봉기 53주년이 되던 날 중국의 티베트 자치구에서는 27번째 분신이 발생했다. 철저한 검문검색으로 외국 언론의 티베트 출입을 봉쇄당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려온 비보였다.

중국정부는 14일 티베트 승려를 기초의료보험 대상자에 포함시키는 조항을 발표하면서 티베트인 회유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3월 초 열린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5차 회의에서, “티베트 승려들의 극단적인 행동이 사회의 화합을 파괴하고 있으며 현 달라이라마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이 자치구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바에 대해 중국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티베트와 관련한 중국의 반인륜적인 탄압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국의 조계종에서도 늦은 감이 있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직면한 티베트의 상황이 묵과할 수 없는 준엄한 사태임을 인정하고 부디 중국정부가 인권과 평화를 위한 최선책으로 돌아서기를 권고하는 내용이었다.

티베트 새해 명절인 로사(2012년 2월 22일)로부터 보름째 되던 날 쫄라캉에서 열린 기도축제(Monlam Chenmo)에서 달라이라마는 ‘본생담(자타카테일)’을 법문하며 지난 반세기를 회상했다.

“1960년 5월, 8만 명의 티베트인과 다람살라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를 자주 떠올립니다. 그때 이곳 멕레오드간즈에는 단 2개의 상점이 있을 뿐 적막하기만한 산마루였지요. 나는 인도에 무국적의 자격으로 숙박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손님일 것입니다. 나의 마음법이 나란다 승원의 위대한 선지식으로 기인했음을 볼 때 인도는 나의 스승의 나라입니다. 인도인의 주식인 달(콩죽)과 차파티(밀가루빵)는 나의 몸을 지탱시켜 주지요.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인도의 아들이며, 항상 부끄럽기만 한 제자입니다.” 이어서 달라이라마는, “나는 내 삶 안에 티베트 본토, 나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저는 티베트가 중국으로부터 반드시 분리 독립되어야 한다고 여기지는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달라이라마를 위시해 인도에 망명한 티베트인들의 삶의 최선책은 정착과 전통문화의 전승이었다. 이는 티베트가 독립해 자유를 되찾는 길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데 확신하고 있었다.

달라이라마는 강조한다. 폭력과 억압은 결코 위기의 극복을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진실은 기어코 싹을 띄울 것입니다. 그 때가 우리의 시대가 아니더라도 절망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그 때를 위한 비옥한 대지가 되고 볕이 되고 단비가 된다면 얼마나 보람된 일입니까. 우리의 시대는 저물어 갑니다. 저에게도 20여년 남짓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은 다음 세대에 고스란히 전해질 것입니다. 그곳은 여기 다람살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고국으로 되돌아가 머무는 곳, 전 세계의 인류가 머무는 모든 곳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당신이 선 자리에서 항시 참살이와 행복을 위한 가피로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총리 롭상상게 박사는 3월 10일 국정TV를 통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티베트 1959년 민중봉기 53주년과 2008년 대규모 항쟁 4주년을 맞아 희생된 이들을 추모합니다. 중화인민공화국에 의한 53년의 점령기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인의 정신과 정체성은 고스란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달라이라마 성하께서 보여주신 비전과 리더십 그리고 자비행에 경의를 표합니다. 더불어 현재의 성장에 이르기까지 공헌하신 원로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오늘을 기억하십니까. 달라이라마께서는 정치적 지도자의 자리를 은퇴하시면서, 8월 8일 신임총리의 취임식에서 “젊은 리더에게 정치 지도자의 자리를 넘겨줌으로써 내 오랜 서원을 완수했노라.”고 연설하셨습니다. 당시 총리 선거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세계 40여개 국가에 흩어진 티베트인들은 저마다의 바람을 모아 티베트망명정부에 민주주의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하나 된 뜻으로 뭉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티베트 내부에서도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후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육백만 티베트인의 역동적인 염원이 이뤄낸 결실입니다.”

이어서 롭상상게 총리는 중국의 실현코자 하는 허울뿐인 사회주의 낙원의 비참한 현실에 처한 티베트인의 인권 유린과 환경 파괴, 문화 말살, 사상 교육의 실태를 폭로했다. 현재 티베트인들이 직면한 기아와 파업 사태는 자유와 기본 권리를 상실한데 대한 극단적인 행동으로 ‘소신공양’에 치달은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중국은 진심으로 티베트의 문제를 인정하고 대화로서 서로를 이해하며 공동의 증익을 위해 뜻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한 인권 추구와 회복을 위해 조직된 유엔(UN)은 티베트에 진상 조사단을 파견해 티베트의 실상을 알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서 티베트 형제와 자매들에게 티베트가 자유를 회복하고 달라이라마께서 티베트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그 날을 기약하며 한 마음 한 뜻으로 동행하기를 바랐다.

티베트의 새해가 밝았다. 용이 승천하듯 원대한 서원을 성취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희망의 인사를 나눈다. “남로 쌀체라 따시뗄레 슈 (새해에도 축복으로 풍요롭기를)~.”

omflower@dalailam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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