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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천사

배낭여행객 부르는 달라이 라마 가르침

ㆍ인도 다람살라(上) 티베트 망명자들의 땅 맥그로드간즈

캉그라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벼랑길을 오른 지 20분. 공기는 금세 차가워지고, 원숭이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아래로는 캉그라지역의 깊고 넓은 계곡이 한없이 이어진다. 축축 늘어진 가녀린 침엽수의 숲, 염소와 소 떼, 들개의 무리를 지나 몇몇 마을과 학교, 아이들을 지나니 이제는 아예 안개 속이다. 아래서 올려다볼 때 산 정상 즈음에 걸려있던 비구름 안인 듯하다. 한 번에 핸들을 돌릴 수 없는 좁고 깊은 커브길, 반복되는 후진, 아래로는 낭떠러지, 사방엔 짙은 안개.

불안의 안개를 뚫고 도착한 인도 다람살라 맥그로드간즈(McLeod Ganj)엔 비가 내렸다. 티베트 망명 3세대라는 주민 타시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고산 마을이라 비가 잦습니다. 이러다가 해가 나고, 그러다 또 비가 오고, 변덕스럽죠. 우리 인생처럼요. 대만에서 오셨나요?”

번화한 관광지 맥그로드간즈의 거리를 걷고 있는 붉은 가사와 장삼을 걸친 티베트 승려들. 이날은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티베트 독립운동을 중국 정부가 무력으로 진압한 데에 항의하며 올해에만 티베트 승려 9명이 분신했다. 화려한 건물은 티베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탑 ‘초르텐’.

마침 간디의 탄생기념일(간디 자얀띠, 10월2일)이고, 대만인을 위한 달라이 라마의 티칭(teaching)이 있는 기간이었다. 비오는 해발고도 1770m의 산간마을은 좋은 카르마(業)를 쌓으려는 세계 방방곡곡의 히피풍 여행자들로 북적였다.

맥그로드간즈는 비운의 티베트 망명자들의 땅이다. 티베트 망명정부가 위치해 있으며 달라이 라마가 거주하고 있다. 1950년 이후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 침공 때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망명해 온 티베트 난민들이 정착해, 망명 3세대에 이르는 현재까지도 4000여명의 티베트인들이 모여 고유의 문화를 지키며 살고 있다.

고립된 산속 오지마을은 아니다. 상당 부분 관광지화됐다.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프리 와이파이’ 카페와 음식점들, 게스트 하우스, 대량생산한 티베트 공예품들이 주요 거리를 점령했다.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곳은 여전히 활발한 티베트 불교·문화 연구의 중심지다. 요가와 명상·불교철학 등 영적인 활동과 강좌, 티베트 요리·티베트어·수공예품 만들기 등 고유 문화 강좌들, 망명사회를 돕기 위한 단체들의 각종 프로젝트가 수많은 여행자들을 부른다. 무엇보다 티베트 사람들은 지금도 60여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처럼 티베트어를 말하고, 삼삼오오 모여 ‘키름’볼 게임을 하며, 티베트식 만두 ‘모모’와 칼국수 ‘툭빠’를 먹으며 살고 있다. 그것을 목격하는 것, 사라지지 않도록 잘 보아두는 것.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

맥그로드간즈에선 골짜기 방향의 건물에 올라서야 좋은 조망이 확보될 확률이 높다.

마을 입구에서 각종 상점이 늘어선 메인 바자르를 따라 걷다보면 템플 로드와 만난다. 조금 더 걷다보면 이내 출라캉(Tsuglakhang) 사원단지가 시작된다. 이곳에 달라이 라마가 살고 있는 관저와 남걀사원, 티베트 박물관 등이 있다. 남걀사원에는 달라이 라마를 따르는 300여명의 승려들이 수행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가 티칭을 하는 곳도 남걀사원이다. 도착했을 때는 두 차례에 걸친 그날의 티칭이 모두 끝난 후. 다음날을 기약하며 사원을 돌아본다. 사람들이 앉았던 색색의 방석들이 빼곡하다. 방문객들은 티베트 문자가 새겨진 수십개의 원통들을 시계방향으로 돌리면서 돌고 있다. 티베트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민중의 신앙도구, ‘마니차’다. 마니차 안에는 불교경전이 적힌 종이가 들어있어 한번 돌리면 경전을 한번 읽는 공덕을 쌓을 수 있다. 문맹률이 높은 티베트인들을 위해 고안된 신앙도구다. 머리보단 마음이 중요하단 것.

숄과 양말, 머플러 등을 파는 티베트인의 노점. 주요 거리의 상점은 대부분 인도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사원단지 입구에서 왼쪽으로 난 길로 내려가 오른쪽으로 빠지면 작은 오솔길로 이어진다. ‘코라’ 순례길로 불리는 길. 걷다보면 자연히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코라는 일종의 종교적 의식인데, 사원단지를 시계 방향으로 도는 것을 말한다. 티베트 독립의 상징인 색색의 타르초 깃발이 달려있고 길 한쪽엔 티베트 문자로 진언을 새겨둔 바위들이 늘어서있다. 이곳에도 크고 작은 마니차들이 있다. 사람들은 조용히 이 길을 걷고 마니차를 돌리고 무언가를 기원했다. 길에서 만난 중년의 티베트 여성에게 “무슨 생각을 하며 걷느냐”고 물으니 “프레잉(praying·기도)”이라며 희미하게 웃는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마을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있다. 갈 때는 내리막이니 슬슬 걷고 올 때 택시를 타고 오면 되겠다. 티베트 도서관과 네충사원 등을 함께 돌아보고 올 수 있다.

마을길을 걷는 것도 재미다. 길에선 티베트식 만두 ‘모모’와 청포묵을 양념에 묻힌 듯한 ‘라핑’ 등을 판다. 박수나 폭포로 향하는 길에는 전망 좋은 옥상 카페가 있는 게스트하우스들이 많다. 이곳에 앉으면 히말라야 줄기의 거대한 산맥과 골짜기, 그 위에 다닥다닥 붙은 낡은 집들이 내려다보인다.

멀리 음악 소리가 흥겨워 따라갔더니 마을의 티베트 학교에서 간디의 생일을 맞아 4개 학교 합동 학예회가 한창이다. 무대 위엔 토끼 가면을 쓴 흰 운동복 차림의 아이들이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앞마당엔 익숙한 얼굴의 티베트인들이 가득하다. 어느새 파랗게 갠 하늘에는 색색의 타르초. 음향시설에 문제가 있는지 음악이 자꾸 끊어졌고, 아이들이 엉거주춤 멈출 때마다 효과음처럼 웃음이 터졌다.

마을 안 학교에서 물병으로 축구를 하는 티베트 아이들.

다음날도 일정상 고대했던 달라이 라마의 티칭은 들을 수 없었다. 티칭이 끝난 후, 사원단지 입구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서양인들은 짐짓 진지한 표정이었고, 붉은 옷의 청년 승려들은 아이처럼 웃었다. 홀로 가파른 마을길을 오르고 있던 수염이 긴 초로의 사내를 붙잡고 오늘의 티칭에 대해 물었다. 티베트인인 그는 “오늘은 유심론에 대한 강의였다”며 “나는 늘 라디오로 성스러운 달라이 라마의 티칭을 듣는다”고 말했다. 하는 일이 궁금해 물었더니 “철학을 공부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해가 저물고, 길에선 확성기에 대고 뭔가를 간절히 외치는 소리가 줄곧 울려 퍼졌다. 중국 군대의 티베트 자치구 철수와 티베트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승려들의 촛불 시위였다. “우리는 전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지원을 요청한다.” 티베트의 늙고 젊은 승려들은 촛불을 들고 소와 개와 원숭이가 지나는 인도의 밤거리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 길잡이

●아시아나항공에서 인도 델리로 가는 직항편을 주 3회 운항한다. 델리에서 캉그라 공항까지 로컬 항공을 타고 가면 1시간 반가량 걸린다. 캉그라 공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40여분 올라야 맥그로드간즈. 델리에서 버스 편도 있다. 매일 11회 다니며, 도로 상황에 따라 12~15시간 걸린다. 화폐는 루피. 1루피=약 23원.

●히마찰 프라데시주 서부의 다람살라는 맥그로드간즈보다 큰 지역단위다. 맥그로드간즈는 위쪽 다람살라라고 보면 된다.

●맥그로드간즈에서 차로 10분가량 내려온 곳에 위치한 그레이스 호텔(Grace Hotel). 코트왈디 바자르(Kotwaldi Bazar) 근처에 위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200년 된 영주의 저택을 숙소로 개방했다. 지하에 간디가 묵었던 방이 있다. 가격은 다소 비싼 편. www.welcomheritagegracehotel.com 맥그로드간즈 안에도 저렴한 숙소가 많다. Kunga Guesthouse(221180), Loseling Guest House(221087), Green Hotel(221200, www.greenhotel.biz) 등

●달라이 라마 티칭의 스케줄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www.dalailama.com/teachings/schedule 오는 23~25일 한국인들을 위한 티칭이 예정돼있다. 대상국민이 아니더라도 들어갈 수 있다. 여권과 사진 2장이 필요하다. 사진기·휴대전화·라이터 등은 소지할 수 없어 입구에 맡겨야 한다.

●자원활동을 할 기회가 많다. 쓰레기 치우기, 영어 강사 등 단기 자원활동부터 장기 활동까지 다양하게 있다. 문의 볼룬티어 티베트(Volunteer Tibet) 220894 www.volunteertibet.org 티베트 민속음악 공연, 티베트 관련 영화 상영회 등 각종 문화 행사들도 많으니 마을 곳곳의 게시판을 눈여겨보자.

●환경보호를 위해 맥그로드간즈의 상점에서는 비닐 봉투를 사용하지 않는다. 외부에서 가져간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

●문의 인도정부관광청 (02)2265-2236, 인도전문여행사 인도소풍 한국본사 (032)421-7624 /인도지사 070-8225-7624


<다람살라(인도) | 글·사진 이로사 기자 ro@kyunghyang.com>


입력 : 2011-10-18 19:39:53수정 : 2011-10-21 16: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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