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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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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불자 요청으로 다람살라서 <입보리행론>법회 열려

“Self Reliance!(스스로 일어나라!)”

지난 9월 2일, 민주주의 티베트중앙정부(Central Tibetan Administration) 수립 52주년을 맞아 총리 롭상상게(Lobsang Sangay) 박사는 연설했다. 석가모니 붓다의 ‘천상천하 유하독존’의 21세기 버전에 어울리는 멋진 구호라는 연상이 들었다. 시기에 적절하게도 ‘자립’은 티베트 망명 정부에 요구되는 필수 현안이다. 티베트에서 인도로 망명해 50년 이상 흐르는 동안 어떠한 성과가 있었는지 회자되고 있는 시기인 요즘이기에 그러하다.

이날 기념식이 열린 쫄라캉에 참석한 14대 달라이라마(뗀진갸초, 77)는 스스로를 노인이라는 수식어로 칭했다. 양쪽 백내장 수술에 이어 관절 수술까지 받은 달라이라마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수월치 않아 보였다. 급기야 싱가포르 불자들의 요청으로 9월 4일부터 3일간 개최된 다람살라 법회에서는 수행원들이 달라이라마의 양쪽 팔을 부축해야만 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달라이라마를 들어 옮기는 듯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여전히 지혜의 등불을 구하는 헤아릴 수 없는 수행자들이 노장 달라이라마를 찾아 다람살라를 찾고 있고 그 줄의 끝은 가늠할 수 없다. 부디 이 사바세계에 오래 남으셔서 바른 법을 펼쳐 주십사 장수를 기원하고 봉헌하는 기도가 연일 사원에서 이뤄진다. 선지식을 대하는 범부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버터 등에 내 얼굴을 비추자 마치 업경대를 마주한 듯 잔잔한 파동이 인다.

이번 샨티데바(적천보살)의 <입보리행론> 법회는 지난해에 이어 4장부터 7장까지 진행됐다. 한국인 불자 백여 명을 비롯해 베트남에서 많은 불자들이 참석했으며 티베트 본토에서도 많은 티베트인들이 자리에 함께 했다. 법회를 열며 라오스와 중국의 반야심경이 봉독돼 장엄을 연출하기도 했다.(아래는 법문의 요지)

인류에게 법(dharma)은 현실에 닥친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지혜를 줍니다. 오늘날 인도에서 생겨난 수론학파를 비롯해 불교에서 바라본 외도들과 유대교,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 등 많이 알려진 종교들을 살펴보면 나름의 훌륭한 수행의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관적으로 고통에서 회복해 행복으로 이르는 길을 제안합니다.

현 지구의 7억 인구를 세 등분을 했을 때 30%는 종교가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며, 30%는 종교는 있지 않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나머지만이 종교 활동을 하고 있음을 볼 때 우리는 보다 열린 시각으로 타인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기서 묻습니다. 종교를 지닌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과연 종교의 본뜻을 바르게 알아 실천하는 이들은 그 가운데 얼마나 될까요?

정직하게 사랑과 자비를 이행하는 이들은 행복의 참 맛을 아는 이들입니다. 그들의 마음이 평정돼 있음을 짧은 대화 혹은 미소로서 느낄 수 있습니다. 삼선취를 이루어서 궁극의 경지인 붓다의 열반에 이르는 길 위에 선 수행자의 모습이 보여 집니다. 몸을 뛰어나게 받았어도 생각하는 것이 그에 어울려 조화롭지 못하다면 범부입니다. 항시 혼란스럽고 불안하지요. 행복을 구하고자 한다면 먼저 번뇌란 무엇인지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능적으로 행복을 원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을 때,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에 이르기도 합니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도 우리는 충만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물질의 풍요를 얻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재물에 집착을 하는 것은 순전히 ‘나’의 욕망에 기인합니다. 그러나 재물은 절대 나를 돌봐주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정직은 삶을 유연하게 합니다.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약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한 생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해야 합니다.

사회란 집단의 한 유형입니다. 어울려 공존해야 하는 의지 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래에는 유독 교육 분야에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느낍니다. 따라서 사람들의 마음에 평온이 많이 깃들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과학자들과 정신 분석가들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지금의 21세기를 이전과 다르게 삶을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의 시간으로 삼고자 한다면 당신이 바로 그 선두주자입니다. 지구의 7억 인구가 모두 주연이 될 수 있습니다.

의식은 그 이전 의식에 의존해 흐릅니다. 의식의 시작은 말로 표현될 수 없습니다. 불교에서는 네 가지의 이치법으로 논합니다. 불교에서의 ‘나’는 조물주를 말하는 종교와 다릅니다. 불교에서 ‘나’는 오온의 가화합에 의해 존재합니다. ‘나’를 말하는 타당한 근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한편 무여열반을 증득함과 동시에 의식의 흐름이 완전히 끊기는 것을 논하는 불교학파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여를 이루는 것이란 오온을 벗어나는 것과 같기에 용수보살은 ‘무여열반을 증득한다면 현존할 수 없게 된다.’고 이를 반박한 바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계정학 삼장으로 분류됩니다. 붓다의 열반 이후에 유독 파키스탄 탁실라(Taxila, 간다라 지방의 중심지)에서는 붓다의 가르침을 원형 그대로 전승하고자 했으며 이곳에서 실크로드를 따라 붓다의 가르침이 전파됐습니다. 나란다승원의 17논사는 붓다의 수행과 교리를 더욱 활짝 꽃피웠고, 후에 역사의 흐름을 따라 비까말라쉴라(Vikramasila)로 전승됐으며, 샨트락시타를 비롯한 나란다승원의 논사들이 티베트로 불교를 전하게 됩니다.

티베트에 불교가 들어온 7세기 이후 쇠퇴의 시기를 지나 10세기경에 까담의 아티샤와 까규의 마르빠(밀라레빠의 스승), 사끼아의 다르마빨라, 겔룩의 아티샤에 의해 티베트불교의 중흥기를 주도하게 됩니다. 티베트불교는 순수하게 인도 나란다의 영향을 받은 연장선에 있습니다.

티베트불교를 연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금강승 수행은 티베트불교만의 독자적인 수행법이 아닙니다. 겔룩의 구야삼마자 수행법은 총카파대사의 남다른 수행법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용수보살의 저서에도 구야삼마자수행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수행의 단계에 있어서 현교와 밀교를 아우르는 과정에 있어 금강승은 반드시 수행돼야 합니다. 끊어야 하는 번뇌를 완전히 끊고, 붓다가 지닌 깨달아야 할 바를 증득함을 ‘장춥’이라고 합니다. 일체 종지를 말하는 학파의 입장에서 지혜와 방편은 동일시행 돼야 합니다. 가장 미세한 의식을 수행의 길로 삼는 것이 바로 금강승입니다.

지금 내가 지닌 의식을 점차 변화 시켜 방편의 결과인 색신과 지혜의 결과인 법신으로 다듬어야 합니다. 색신은 중생을 깨달음으로 이끌기 위해 현현하는 보여 지는 몸입니다. 법신은 <중론>에서 말하는 희론을 모두 끊어 얻은 바입니다. 지혜와 복덕의 자량은 깊은 공성의 견해와 넓은 차제 그리고 중생을 아끼는 마음에서 생겨납니다.

달라이라마인 저에게도 역시 근심과 번민이 일어납니다. 순간순간 변화의 마음이 일어날 때마다 저의 마음을 평온하게 지속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성’을 바로 앎으로부터입니다. 자성이 없음에 생각이 다가가면 이내 마음이 여여해집니다. 여러분이 느끼는 슬픔을 저도 느낍니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근본은 모두 동일하며 우리 모두는 행복을 원합니다.

<입보리행론>은 약 8세기경에 샨티데바에 의해 저술된 것입니다. 보리심수행을 하면 공덕이 있음을 첫 장에 밝히고 있습니다. 타 중생을 위함으로서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는 공덕을 받습니다. <입보리행론> 7장에 서술된 ‘보리심의 말을 타고 피안으로 달려감에 어찌 게으르고 나태할 수 있겠는가’ 라는 말씀을 깊이 새겨 보십시오.

‘허공이 존재하고 중생이 존재하는 한 나 또한 중생계에 머물러 오직 중생만을 이롭게 하겠네.’

오로지 남을 위하는 마음이 가장 기본이며 중요합니다. 남을 위하는 마음을 통해서 다음 생에도 인간의 몸을 받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 몸은 삼선취 중에서 인간의 몸을 받았음에도 짐승과 같은 마음을 지니면 그릇되니 <입보리행론> 1장의 말씀과 같이 여덟 가지 온전한 인간의 조건인 팔유가(八有暇)와 열 가지 바른 시공간의 인연을 얻는 십원만(十圓滿)의 받음의 소중함을 바로 알아 마음 또한 삼선취에 이르러야 할 것입니다. 의식을 지혜에 두고 자비는 중생에게 두십시오. 이는 깨달음에 이르는 지름길입니다. 따라서 샨티데바는 보리심의 공덕을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의식은 항시 밝고 명료한 청정한 상태이며 이로서 지속되어야 합니다. 번뇌는 본래 자성이 없습니다. 잠시 번뇌의 먼지가 본래의 선을 가리고 있을 뿐이기에 서서히 소멸되면 마침내 보리를 드러내게 됩니다. 깨달음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의식이 본래 공함을 통해 완성됩니다. 의식 그 자체에는 번뇌가 없기에 가능합니다.

깨달음에 대해 막연하고 어렵기만 한가요? 깨달음이란, 해탈이란, 스스로의 바른 생각에 의해 이해되고 구해지는 것입니다.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주요 조건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업과 번뇌입니다. 전도된 분별 망상들이 희론을 만들어 내어 마음을 혼탁하게 합니다. 과연 희론을 어떻게 적멸시킬 수 있을까? 공성만이 희론을 타파할 수 있습니다.

무지는 법집입니다. 공성을 깨우친 지혜가 무지의 뿌리를 뽑아냅니다. 내가 우기고 있는 진실로 존재한다고 여기는 대부분들은 그릇된 것입니다. 지혜는 깨달음을 소연합니다. 자비는 중생을 소연으로 합니다. 허공과 같은 무한한 중생이 모두 나와 같이 깨달음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 즉, 보리심을 낸다면 당신은 이미 보리의 싹을 틔운 것과 같습니다.

자성이 공한 것은 없는 것이 아니며 찾았으나 결과를 구하지 못한 것도 아닙니다. 실제 존재합니다. 하지만 존재하는 것이 우리가 여기는 것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존재하며 그 대상에서 존재함이 상호 의존해 서로 다른 조건들에 의지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자성으로 공함으로서 존재합니다. <중론>에서는 연기하기에 그것을 공성이라고 했으며 존재하는 것이 공하기에 연기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서로 연기하기에 자주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결코 있지 않습니다. 상호 의존해 존재하기에 이것을 ‘중도’라고 합니다.

공성은 상호 의존하는 연기입니다. 원인과 조건에 의해 존재하는 것 또한 원인과 조건에 기인합니다. 결과가 있기 때문에 그 결과로 인해서 그 원인의 이름이 원인이 되며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조건들의 이름이 조건이 됩니다. 원인과 조건으로서 결과를 만들어내면 이를 통해서 결과와 원인이 이름 붙여집니다. 과연 ‘내가 보는 바와 같이 존재하는가?’ 되물어 보는 시간이 되십시오. 다음 생에 보다 낳은 몸을 받음은 원인과 조건의 인연연기법에 의함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인도 다람살라= omflower@gagyo.org

http://www.gagy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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