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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천사

세계 불교도 화합 위한 축배를 들며

“위기의 시대입니다. 모두가 공존을 표어로 걸지만 세상은 여전히 편파적입니다. 불균형한 구조주의 속에서 많은 이들이 삶을 포기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불행과 재난은 그동안 지향해 맞이하던 물질주의 모순의 인과를 증명합니다. 내면의 평화는 절대 돈과 권력으로 얻을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정진의 길 위에 선 당신의 걸음걸음에 희망의 씨앗이 움트기를 축원 올립니다.”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존템플턴상 2012년도 수상자로 14대 달라이라마(텐진갸초, 76)가 선정됐다. 5월 14일 영국 런던 세인트폴성당에서 거행된 시상식에서 달라이라마는 장기적인 유럽의 경기 침체가 초래한 세계 경기의 위기를 언급했다. 이어서 상금 110만 파운드(한화 약 20억원) 전액을 인도 어린이 구호와 티베트 승려 교육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달라이라마는 이날 영국을 시작으로 5월 한 달간 유럽 순방 길에 올랐다.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그리고 벨기에를 방문하는 일정이다. 기간 동안 대승불교의 현대적 실천 의미를 설법하고, 종교를 넘어 오늘날 과연 ‘인간의 가치와 윤리 의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를 다각도로 논의하는 장이 펼쳐질 것을 기대했다.

지난 4월 25일은 중국이 납치 감금한 것으로 전해지는 11대 판첸라마(겐뒨최키니마, Gendhun Choekyi Nyima, 23)의 생신날이었다. 이날 인도 곳곳에서는 판첸라마를 애도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다람살라 소재 중앙티베트행정부 뉴스 매체 파율은 인도 뉴델리 주재 중국대사관 언론 담당 관계자와 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중국대사관측은 전화 통화에서, “판첸라마는 현재 중국 본토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으며,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파율측이 그 이유를 묻자,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며 일방적으로 달라이라마의 진실 조작을 비난했다고 전했다.

다람살라에서는 중국 정부를 향해 판첸라마의 석방과 현재 거취 여부를 밝힐 것을 호소하는 서명운동과 가두시위가 벌어졌다. 중국 정부 측의 일방적인 ‘정치범’ 혐의와 방관이야말로 티베트 본토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인권 탄압이라는 주장이다.

11대 판첸라마는 세납 6세에 납치되어 올해로 행방불명된지 17년이 되었다. 중국 정부는 판첸라마의 정확한 건강 상태와 거주지 등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 차단하고 있다. 이는 1995년 5월 17일, 달라이라마가 11대 판첸라마 환생자로 겐뒨최키니마를 지목한 이후에 벌어진 사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납치된 11대 판첸라마의 생일 당일 날, 중국 신화통신은 가짜 판첸라마 겔첸노부(Galtsen Norbu)가 홍콩서 개최된 제 3차 세계불교논단에 참석한 모습을 보도했다. 올해 22세인 갤첸노부는 중국 북경에 거주하며 공산당 전국 대표회의 등 대외 행사에 얼굴을 비춰왔다.

동원동행(同願同行)을 주제로 열린 세계불교논단은 유튜브를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자승 스님)를 대표해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에서도 참석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분들이 그러한 자리에 모여 축사를 연설하고 사회적 어려움을 해결하자며 대안을 모의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씁쓸한 심정을 감추기 어려웠다. 더욱이 조계종 중앙종회는 불과 얼마 전까지 불교시민단체와 함께 중국 정부의 티베트 탄압을 비판하고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까지 발표하지 않았던가.

중국불교협회 주최로 개최된 지난 행사에서 강조하는 세계 화합과 인류 문제 해결, 갈등의 치유 등과 같은 현안들은 모두 공염불로만 비춰질 뿐이었다. 이러한 행사에 40여 개국이 참가했다니 주최 측의 뻔뻔함을 떠나 참여국들 모두가 명분이 서지 않았다.

과연 누구를 위한 세계 화합이란 말인가? 중국의 불교도 역시 부조리한 중국 정부의 만행을 직접 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붓다의 가르침과 진리를 구현하는데 앞장설 수는 없는 것인가? 분명 최선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한국 불교계 지도자들이었음을 감안해 중국 불교와의 우호 증진이 티베트의 인권보다 우위에 섰으리라는 사실에 생각이 이르자 서운함을 넘어 안타까운 심정마저 들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일까. 달라이라마는 미국에서 진행된 공개 법회에서, “중국이 비단 불교도의 범주를 떠나 젊은이들에 의해 서서히 변화하고 있음을 주시하고 있다.”는 전망을 비췄다.

중국불교협회 부회장직을 수행하는 현 판첸라마는 기조연설에서 “불법은 마음의 과학이 빚어낸 정수이며, 청정한 계행은 불법을 바로 세우는 토대이다.”라고 말해 달라이라마와 대등한 위치에 서고자 하는 인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판첸라마는 과연 누구인가.

달라이라마가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추앙받듯, 판첸라마는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여긴다. 판첸라마 제도는 5대 달라이라마에 의해서 전제군주주의 정치 환경을 토대로 확립되었다. 판첸라마는 티베트 라싸에 이은 제 2의 도시 시가체의 타쉬룬포사원의 수장이자 겔룩빠의 서열 2위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달라이라마는 판첸라마의 실종과 거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보이지 않았다. 정치적 지도자의 지위를 내려놓은 상황에서 더더욱 중국과의 민감한 부분에 있어서 관여를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티베트 본토에서 30명이 넘는 소신공양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에 대해서도 평정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중국정부는 매번 이와 비슷한 사건 상황이 발생될 때마다 배후 조종자로 달라이라마를 지목해 왔다. 뿐만 아니라 달라이라마를 초정하거나 만남을 주선하고자 하면 양국의 외교 문제 악화를 들먹이며 내정 간섭으로 몰아 비방을 일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달라이라마 독살에 관한 루머가 영국 주간지 ‘선데이텔레그라프(SUNDAY TELEGRAPH)’의 5월 13일자에 소개돼 몰이꾼들의 이목을 끌었다. ‘중국 정부로부터 고도의 첩보원 훈련을 받은 열광적인 여성 신도가 가피를 받고자 달라이라마와 근접했을 때 머리카락 혹은 카따(꽃다발을 상징하는 티베트 불교의 인사법)에 독을 묻혀 음해할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달라이라마는 본인이 주석하는 망명정부의 보안 상황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며 가볍게 답했다. 또한 중국 외교부는 홍레이 대변인을 통해 중국 정부의 티베트 여성 첩보 교육 관련설은 터무니없는 모함이라며 일축했다.

실제로 지난 1월 보드가야서 열린 칼라차크라에서도 티베트 출신의 중국 스파이 설이 난무하던 상황에서 허술하게만 뵈던 인도 경찰이 6명의 첩자를 검거한 사례가 있었다. 법회 또는 공식 행사에서 대중들과 특별한 경계 없이 악수를 나누고 인터뷰에 응대하는 달라이라마를 뵐 적마다 내심 염려해 오던 부분이었다.

한번은 다람살라에서 열린 동남아시아 불자들에 의해 주최된 법회장에서 심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 평소 불쾌감을 주는 펑키한 모습으로 주목받기를 즐기던 한 티베트 젊은이가, 법회 후 대중들과 인사를 나누며 퇴장하시던 달라이라마 앞에 펄쩍 뛰어든 것이다. 당시 보안 요원과 인도 경찰에 의해 제지를 받고 일순간에 정리는 됐지만, 그 상황을 지켜보던 일반 대중들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당시 달라이라마께서도 크게 놀란 기색을 보이셨다. 이후 법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달라이라마는 사사로운 머무름 없이 바로 궁전으로 입궐하셨고 많은 이들이 두고두고 그날의 일을 입에 올렸다.

대다수 열강들의 지도자가 교체되는 변혁의 과도기다. 갈등과 부조리의 시대를 넘어 화합의 시대가 도래 했다고들 주창한다. 이러한 때에 조화와 통섭을 위해 앞장서는 이가 있다면 그를 두고 우리는 영웅이라고 말한다. 과학이 삶의 전반적인 영역의 경계를 허물어 가는 지금 이때, 달라이라마를 향해 21세기 살아있는 붓다라고 칭송하는 것 또한 이러한 이치다.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평화와 공존을 주제로 한 불교도들의 축제가 열리며 화합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도에서 불교도 대회가 개최되면서 중국과 외교관련 해프닝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중국 정부가 달라이라마에게 관대한 인도 정부를 강력히 비난했기 때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정치와 종교는 별개의 문제라며 가볍게 일축했다. 인도와 중국은 지난 100년 동안 국경 분쟁의 몸살을 앓아 왔다.

올해 4월에는 홍콩, 5월에는 스리랑카에서 불교도 대회가 열린데 이어서, 한국 여수에서도 6월 11~16일까지 6일간 제 26차 세계불교도대회(World Fellowship of Buddhists)가 개최된다. 안타깝게도 총 50여 개국의 불교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국제 행사에 결국 달라이라마 초청은 그 시도조차 불허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달라이라마의 축전이 다람살라서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 영상 메세지가 이번 세계불교도대회에 공식적으로 방영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지난 해 다람살라서 열린 한국인 법회에서 진옥(여수 석천사 주지, 다람살라 한국인 법회 주관, 2012 한국불교도대회 집행위원장) 스님은 여수 엑스포 기간 동안 함께 펼쳐지는 세계불교도대회 행사와 관련한 축사를 달라이라마께 권청 올렸다. 달라이라마는 “표면적인 즐거움 다시 말해 오감의 향락에만 머물지 말아야 할 것이며, 내면의 완성으로 이어가는 촉매제로 행사를 대하기 바란다.”면서 “현대 과학의 정수를 집결시켜 놓은 국제 행사이니만큼 각국의 불교 지도자들이 환경과 다음 세대의 상생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가 진중히 고민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야 합니다.”

미국 시카고에서 지나 4월 23일에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자 총회에서 달라이라마는, “중국과 티베트의 미래 관계는 이미 젊은 세대들의 몫으로 넘어 갔다.”고 말했다. 이어서 “2002년 중국과의 티베트 문제 회담이 제기된 이후 긍정적인 결과를 구하지 못했지만, 중국 본토 밖에 거주하는 수많은 중국인들이 티베트의 독립과 비폭력 운동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총회 의장을 맡고 있는 미하일 고르바초프(전 소련 대통령)는 “과거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자신이 서로를 ‘공룡’과 ‘고집불통 볼쉐비키’로 상징될 정도로 입장의 차이가 팽배했으나 결과적으로 대화를 통해 냉전의 종식이 가능할 수 있었다.”며 달라이라마의 비폭력 노선을 적극 지지했다.

omflower@dalailama.kr
가교, www.gagy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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