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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천사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서 4월 2일 발생한 한인 총기난사 사건으로 7명이 사망했다. 한인 기독교 목사에 의해 설립된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던 고씨(43)가 같은 전공자 학생들과 교장을 표적으로 저지른 만행으로 국제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사망자들은 모두 이민자들로 인도 나이지리아 필리핀 등 다양한 국적의 출신들이었다. 그들 가운데에 티베트 여성이 한 명 있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이름은 소남 최된(Sonam Choden, 33). 말 그대로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미국에 온 유학생이다. 그녀가 얼마나 어렵게 미국에 도착했으며 무엇을 위해 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하고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집작해 볼 수 있었다.

소남은 미국에 입국하기 이전에 2010년도까지 인도 티베트중앙행정부(티베트망명정부) 내무부에서 근무했다. 그녀는 평소에도 말이 별로 없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사실 대부분의 티베트 여성이 우리 시각에서 보기에는 내숭 형으로 비춰질 만큼 낯을 많이 가리고 부끄러움을 탄다. 이러한 오해가 그녀의 사망으로 이어지는 빌미로 제공된 것은 아니었는지 안타까웠다.

한국 언론은 처음에 사망자가 네팔계라고 했다가 추모식이 열린 4월 3일에 사망자 신원이 공개되자 중국 티베트계로 정정해 보도 했다. 이 둘 모두 잘못된 정보와 부족한 사전 지식으로 작성된 기사다. 중국에는 티베트 자치구가 있지만 망명정부는 중국에 있는 것이 아닌 인도에 있다.

소남이 어렵게 미국행 티켓을 얻었을 때 주변의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큰 축하를 받았을 것은 분명했다. 미국 시민권을 받게 되기를 고대하며 그녀는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했을 것이고 여유롭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입학했을 것이다.

그녀는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실제로 티베트의 여성 대부분은 간호원과 교사의 직업을 선호한다. 특별히도 이 두 직업의 경우가 해외 이민 신청 절차상에 있어 까다롭지 않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을 소남의 지난날이 눈앞에 그려졌다.

소남의 급우 고씨가 사회 부적응자로서 지니고 있던 열등감은 과연 무엇일까? 아시아계 많은 이들이 지닌 아메리칸 드림의 허울이 또 다른 형태의 사례로서 그 진실을 드러낸 것은 아닐까?

그는 총기 소지가 허락되는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총기 소지가 허가된다는 것은 자신의 신변을 스스로 보호해야 할 만큼 민생 치안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합중국에서 추구하는 자유에는 총기소지의 자유와 더불어 총기난사의 자유까지 포함되었던 것이다. 자신을 보호코자 했던 도구가 분노의 탈을 쓴 순간 살인 도구가 된 것이다.

불교에서는 말한다. “내가 선 이 자리에서 주인공이 되어라.” 이는 자신의 신념과 의지가 항시 여여해야 할 필요와 정당성을 타이른 것이다. 항시 여여하기란 쉽지 않다. 여여하다는 것은 그러하고 그러하게 즉, 평정심을 지닐 것을 당부한 말이다.

미국이 누군가 그리던 꿈의 땅 다시 말해 천국의 현재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내 눈 앞에서 벌어진 참사. 그 가해자가 한국인이라는 부끄러움을 떠나서 그가 속한 환경, 욕망과 경쟁이 만들어낸 한 명의 범죄자에게 우리들 가운데 과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결국 우리는 공업 중생인 것을. 원인도 해결책도 모두 우리 안에 있다.

omflower@gagy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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