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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천사

봄비

석천사 2013.11.18 18:33 조회 수 : 2511

덜 깬 잠 취한 채

새벽 뜰방 내려섰더니

삭발한 맨머리로도

한참만에야 느낀

봄비가 오는구나

내 업장 두터워

삭발한지 수십 년이 지났어도

먹장삼 맨머리에 내리는 봄비는

어이 이리도 더딘지

봄비 머금고

쏙 빠져 떨어지는 동백이여

모진 겨울 보내고

남 같잖게 봄에 가는가

그대는

씨라도 남기고 갔지만

중은

중은

다-버려야 남을 텐데

봄비는 오는데

삭발한 맨머리 위로 오는데

꿰맨 누더기에 촉촉이 베어드는데

동백 떨어지는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 삶과 죽음 석천사 2013.11.18 44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