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깬 잠 취한 채
새벽 뜰방 내려섰더니
삭발한 맨머리로도
한참만에야 느낀
봄비가 오는구나
내 업장 두터워
삭발한지 수십 년이 지났어도
먹장삼 맨머리에 내리는 봄비는
어이 이리도 더딘지
봄비 머금고
쏙 빠져 떨어지는 동백이여
모진 겨울 보내고
남 같잖게 봄에 가는가
그대는
씨라도 남기고 갔지만
중은
중은
다-버려야 남을 텐데
봄비는 오는데
삭발한 맨머리 위로 오는데
꿰맨 누더기에 촉촉이 베어드는데
동백 떨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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