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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천사

방황

석천사 2013.11.18 19:22 조회 수 : 2503

 

있다고 믿었던 것들

허무로 돌아가고

내 것이라고 했던 것들

내가 가질 수 없음을 알았을 때

줄 떨어진 액맥이 연처럼

허공을 헤맨다

절대라고 믿었던 것들이

상대가 되고

대상이 사라지고

나 또한 사라지려 할 때

아련히 허무에 대한

두려움이 덮친다

왔기에 가야 하는 것이

가면 온다는 것이

어지럼증이 되어

수레바퀴처럼

굴러가는 것이 무섭다

나라고 했던 것들이

양파같이 껍질뿐이고

내 생각이라는 것들이

물거품처럼 수없는 생멸의 반복일 때

발가벗겨진 빈 몸이 두렵다

헤매다 지쳐서

잠시 의지할 곳을 찾다가

그런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헤매면서 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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