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볕 받으며
절가 남새밭에서
방울 맺은 배꽃 살구꽃이랑
촉촉한 흙 위에 뒹구는 빨간 동백꽃
겨울은 땅 속으로 사라졌나 보다.
바닷가 봄바람에 흩날리는 매화여
그대의 전령사 역할도 끝인가 보다.
역할은 존재의 의미인지
존재가 역할은 아닌지
정녕 봄인가 보다.
世緣에 시달려 나를 잊고
봄이 한창 거기에 있었는지 잊은 채
수채화 속 허상을 찾아 헤메던
방황을 이제 쉬려나
머위대, 취나물, 시금치,
땅 속에 꿈틀대는 생명이여
눈멀어 보지 못한 봄이여
방긋 피어난 유채꽃에 그대 있어라.
봄은 흙 속에
봄은 나뭇가지에
봄은 취나물잎 속에
모두 봄이거늘
흙냄새 맡으니 봄은 거기에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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