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볕 받으며
절가 남새밭에서
방울 맺은 배꽃 살구꽃이랑
촉촉한 흙 위에 뒹구는 빨간 동백꽃
겨울은 땅 속으로 사라졌나 보다.
바닷가 봄바람에 흩날리는 매화여
그대의 전령사 역할도 끝인가 보다.
역할은 존재의 의미인지
존재가 역할은 아닌지
정녕 봄인가 보다.
世緣에 시달려 나를 잊고
봄이 한창 거기에 있었는지 잊은 채
수채화 속 허상을 찾아 헤메던
방황을 이제 쉬려나
머위대, 취나물, 시금치,
땅 속에 꿈틀대는 생명이여
눈멀어 보지 못한 봄이여
방긋 피어난 유채꽃에 그대 있어라.
봄은 흙 속에
봄은 나뭇가지에
봄은 취나물잎 속에
모두 봄이거늘
흙냄새 맡으니 봄은 거기에 있는 것을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1 | 屢生 | 석천사 | 2013.11.18 | 2601 |
20 | 극락정토 | 석천사 | 2013.11.18 | 2685 |
19 | 염불 | 석천사 | 2013.11.18 | 2813 |
18 | 다음 생에도 | 석천사 | 2013.11.18 | 2496 |
17 | 생멸 | 석천사 | 2013.11.18 | 2516 |
16 | 진돗개 | 석천사 | 2013.11.18 | 3087 |
15 | 알 뿐이다 | 석천사 | 2013.11.18 | 2713 |
14 | 포기 | 석천사 | 2013.11.18 | 2547 |
13 | 洁 | 석천사 | 2013.11.18 | 2535 |
12 | 覺 | 석천사 | 2013.11.18 | 2450 |
11 | 부처님 오신 날2 | 석천사 | 2013.11.18 | 2162 |
10 | 빛과 그림자 | 석천사 | 2013.11.18 | 2611 |
9 | 살핌 | 석천사 | 2013.11.18 | 2606 |
8 | 願 | 석천사 | 2013.11.18 | 2659 |
7 | 하나 | 석천사 | 2013.11.18 | 2273 |
6 | 결제 보름달 | 석천사 | 2013.11.18 | 2631 |
5 | 나 | 석천사 | 2013.11.18 | 2320 |
4 | 無爲 | 석천사 | 2013.11.18 | 2673 |
3 | 발자국 | 석천사 | 2013.11.18 | 2656 |
2 | 신심 | 석천사 | 2013.11.18 | 2521 |